미술에 대해 쓰다

최근 ‘Write on Art’라는 미술 글쓰기 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영국에 거주하는 15-18세 사이의 청소년들에게 매년 수여하고 아트 UK(Art UK, 영국 공공기관 소장품 온라인 데이터베이스)와 폴 멜론 영국미술 연구센터(Paul Mellon Centre for Studies in British Art)에서 후원하는 상이다.

참여방법은 간단하다. Art UK 홈페이지에 등록된 미술작품 한 점을 골라 그것에 대한 글을 쓰고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된다.

작품이 탄생한 배경은 무엇이며 작품과 작가의 관계는 어떠한지, 선택한 작품이 글쓴 이에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등 작품에 대한 본인만의 느낌과 해석을 작품 묘사와 함께 글에 녹여 내야하는 게 관건이다.

영국 미술학계의 저명 인사들이 심사를 하며, 수상자에게는 소정의 상금이 수여되고 아트 UK와 폴 멜론 센터 홈페이지에 글이 실린다.

미술에 대해 쓰는 것은 나에게 일이자 취미다.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박사학위도 땄기에 소위 ‘미술사학자’라고 부르는 전문가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미술에 대해 쓰는 데에 전문가는 없다.

나는 미술에 대해 쓰는 것에 어떤 자격이나 학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책, 영화, 드라마 심지어 축구경기에 대해 논평할 수 있지 않은가!

미술을 좋아하고 감상하는 사람은 많지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만의 전문영역이라 선을 긋고 나의 지식은 보잘것 없다고 치부한다. 그러나 내가 학교에서 세상의 모든 미술에 대한 지식을 습득한 건 아니다. 전공인 중국도자를 제외한 다른 분야나 다른 지역의 미술 지식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다만 나만의 시각과 논리로 미술에 대해 말하고 쓸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은 얻었다.

‘Write on Art’ 작년 수상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보통 수준이 아니다. 미술에 대한 지식이 아닌 논리적으로 사유하고 정연하게 표현하는 능력 말이다. 동시에 노트 필기하고 암기하느라 바빴던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미술작품 감상은 커녕 글쓰기 수업조차 없었다. 요즈음 교과과정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수동적인 감상을 떠나 나의 눈으로 나의 언어로 미술작품을 보고 표현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분명 삶은 한층 풍요로워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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