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그림] 빈센트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90), <까마귀가 나는 밀밭>, 1890년, 캔버스에 유채, 50.5 x 103 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프랑스 파리 북서부 근교에 위치한 작은 마을 오베르쉬르우아즈(Auvers-sur-Oise, 이하 오베르)는 빈센트 반 고흐가 생애 마지막을 보낸 곳이다. 1890년 5월 20일부터 7월 29일 자살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이곳에서 수십점의 그림을 그렸다. 그중 강렬한 색채 대비와 거친 붓질이 돋보이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그가 세상에 남긴 최후의 명작이다 (최후의 작품은 아니다).

1890년 5월, 프랑스 남부 생레미(Saint-Rémy)에 있는 정신병원을 떠난 빈센트는 북쪽으로 향했다. 후원자이자 동생인 테오(Theo)가 있는 파리에서 멀지 않고 여러 예술가들이 거주하고 있는 오베르는 그에게 최상의 선택이었다.

오베르 중심가에 위치한 반 고흐가 묵었던 여관. © HEEstoryNArt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에서 빈센트는 오로지 작품 활동에만 몰두했다. 오베르에 머물던 70일 동안 80점에 가까운 그림을 그렸으니 하루에 한 작품을 완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그의 건강도 점차 회복되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7월 초 어느 날 파리에 있는 테오를 방문한 빈센트는 동생으로부터 앞으로 경제적인 후원이 힘들어 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오베르로 돌아온 빈센트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고, 그의 건강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시작한다.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이 시기 빈센트의 신경이 극도로 쇠약해진 상태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테오에게 보는 편지에서 그는 이 그림이 슬픔과 극한의 외로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7월 27일, 빈센트는 회호리치는 불안과 정신착란 속에서 들판을 서성이다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쏘았다. 그리고 이틀 후 동생 테오가 곁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37세였다.

<까마귀가 있는 밀밭>의 배경이 된 들판. © HEEstoryNArt

짙은 구름이 잔뜩 낀 6월의 어느날 방문한 작품 속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들판이었다. 그림에서처럼 밀밭은 거센 바람이 불어 흔들거리고, 잿빛 하늘에서는 곧 폭풍이 몰아칠 것 같았다. 까마귀만 보이지 않았을 뿐. 무언가 스산하고 황량한 기운이 몸 속 깊이 전해졌다.

빈센트가 들판에서 본 것은 이런 풍경이었을까. 이곳에서 그는 어떤 고통을 마주했던 것일까. 그 아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강렬함이 그의 그림에는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매우 사실적으로.

오베르 공동묘지에 안치된 빈센트와 동생 테오의 무덤.  © HEEstoryNArt

빈센트의 시신은 1890년 7월 30일 들판 한쪽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묻혔다. 빈센트의 죽음 이후 급격히 무너진 테오는 1891년 1월 네덜란드의 한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1914년, 그의 시신은 오베르에 있는 형의 묘지 옆으로 이장되었다.

영원한 동반자가 생긴 빈센트. 그에게 이젠 더 이상 슬픔도 극한의 외로움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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