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그리고 한국 여행

지난 금요일 화이자 백신 2차를 접종하고 이틀이 흘렀다. 1차와 다르게 무척 피곤했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니 괜찮다. 48시간이 지나 앉아서 글도 쓸 수 있고 이쯤이면 안심해도 될 듯하다.

그동안 얼마나 백신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백신만 맞으면 한국 가는 일은 해결되는 줄 알았다. 적어도 한국 정부의 해외백신접종자 입국 지침이 발표되는 날까지는 그렇게 믿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입국 전후 PCR 검사를 받아 음성이면 자가격리가 면제 될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다행히 정부의 발표는 생각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자가격리 면제 조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한국의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방문 목적으로만 입국할 때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를 위해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포함한 서류를 작성해 대사관에 신청하면 심사를 걸쳐 자가격리 면제서를 발급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여권을 가진, 재외국민인 내가 내 나라에 들어가는데 가족관계를 증명해야 한다니. 형제자매는 가족이 아닌가. 부모가 없는 사람은 어떡하라고 무슨 조건이 이리도 비인간적인지. 운 좋게도(?) 나는 서류만 잘 준비하면 문제없이 한국에 갈 수 있다. 지난 겨울 힘든 자가격리 2주를 감내하면서까지 가족을 보러 갔는데 서류 쯤이야.

하지만 기분이 매우 나쁘다. 내가 왜 한국의 가족관계를 증명하고, 그것이 인정될 때만 자가격리 면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사람이 한국에 가는데 무슨 방문 사유가 필요하단 말인가. 가족이, 친구가, 고국이 그리워서 가는 것이지 관광하러 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자격이 부족한 사람’은 자가격리 면제가 안 될 뿐이지 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2주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한국에 갈 수 있는 재외국민은 많지 않다. 지난 1년 반 동안 재외국민은 한국의 가족과 생이별을 하며 타국생활을 견뎠다. 본인의 선택이니 할 수 없지만, 고국은 재외국민에게 더 참으라고만 하는 것 같아 슬프다.

세계 어느 나라가 우리처럼 가족관계에 차등을 두어 혜택을 부여할까(더 정확히는, 부여하지 않을까)? 게다가 해외백신접종자는 한국에서 백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국내 거주자와 똑같은 백신을 맞고 대사관에서 접종증명서 심사까지 받는데도 왜 고국에서 차별받아야 하는지. 자가격리 면제해주는 것만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항상 기대감에 들떴던 한국 여행. 자가격리가 면제된다해도 우울한 이 기분은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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