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의 소중함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이 보일 정도로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거리마다 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니 괜스레 마음도 싱숭생숭해진다. 오랜만에 한국에서 맞는 가을. 느낌이 참 포근하다. 아침저녁으로 공기는 서늘하지만 한낮의 햇살은 눈부시게 따사롭다. 얼마나 고마운 햇빛인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내가 일년 중 가장 싫어하는 시기가 바로 10월 말, 정확히 말하자면 유럽에서 서머타임이 끝나는 시기다. 가을에 접어들면서 점점 짧아지던 낮 시간이 서머타임 해제로 하루 아침에 급격히 짧아져 오후 네다섯시가 되면 어두컴컴해진다. 11월부터 2월까지의 길고 우울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서머타임 종료는 깊은 한숨만 나오게 한다.

유럽의 겨울은 스산하고 음침하다. 우리나라처럼 살을 에일 듯한 추위는 없지만 흐리고 비가 자주 내린다. 일주일에 고작 하루 햇빛을 볼까말까다. 날씨가 좋은 날도 하루종일 햇살이 내리쬐는게 아니라 한두시간 잠깐 얼굴만 비추고 들어가는 정도다. 그리고 또 한 주를 햇빛없이 살아가야 한다. 절박한 심정으로.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짙은 회색빛 하늘을 보며 느끼는 절망감과 무력감을 한국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비록 여름은 무덥고 겨울은 춥지만 일년 내내 밝은 햇살이 쏟아지는 한국은 분명 축복받은 땅이다. 맑은 하늘과 쨍한 햇빛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나 역시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식물이 햇빛을 받아 에너지를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하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햇빛을 받아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에너지와 영양분을 생성할 수 있다. 그래서 유럽사람들이 햇빛이 나올 때마다 미친듯이 뛰어나와 일광욕을 하는 것이다.

곧 있으면 만나게 될 유럽의 겨울. 올해는 한국에서 받은 따스한 햇살로 좀 더 수월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HEEstoryNArt]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지하며, 허락 없이 내용 일부를 발췌/요약/편집하여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링크 및 SNS 공유는 허용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