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제르맹앙레, 나의 도시 2] 파리 생제르맹(PSG), 생제르맹앙레에서 태어나다

2017년 브라질 출신의 슈퍼스타 네이마르(Neymar)를 천문학적인 금액에 영입해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현재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축구 클럽 중 하나인 파리 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 – PSG).

2017년 파리 생제르맹에 이적한 네이마르

축구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 파리 생제르맹 클럽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클럽의 역사와 정체성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파리 생제르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축구 클럽으로,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와 근교의 생제르맹앙레(Saint-Germain-en-Laye)를 연고로 하고 있다.

생제르맹앙레의 긴 이름을 줄여서 ‘생제르맹’이라고 하는데, 파리 생제르맹 클럽 이름은 바로 클럽의 연고지인 파리와 생제르맹 두 도시의 연합을 뜻한다. 따라서 파리 생제르맹은 생제르맹시의 자존심이며 ‘왕실도시’라는 타이틀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파리 생제르맹의 역사

파리 생제르맹의 역사는 파리 클럽(Paris FC)과 생제르맹을 연고로 하는 스타드 생제르맹(Stade Saint-Germain) 클럽이 합병되는 197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 수도인 파리를 기반으로 하는 경쟁력 있는 축구 클럽을 만들고자 프랑스의 사업가인 기 크레상(Guy Crescent)과 피에르 에티엔 귀요(Pierre-Étienne Guyot)는 클럽 창단을 기원하는 시민 2만명의 서명을 받아 스타드 생제르맹 클럽에 접근한다.

스타드 생제르맹은 1904년 생제르맹에서 창단된 유서 깊은 클럽이였던 반면, 당시 파리 클럽은 1969년, 파리 생제르맹이 창단되기 바로 1년 전에 급조된 것으로 선수도, 기반 시설물도 없던 이름뿐인 존재였다. 즉 스타드 생제르맹과의 합병을 위한 명분을 쌓고자 만든 클럽이었다.

결국 1970년 8월 12일 파리 생제르맹이 창단되었고, 이후 생제르맹은 클럽의 진정한 연고지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생제르맹 숲 속에 위치한 캉 데 로주(Camp des Loges)는 1970년부터 1974년까지 파리 생제르맹의 훈련장과 홈구장으로 사용되었으며, 1974년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로 홈구장을 이동한 후에도 이곳은 여전히 클럽의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의 훈련장인 생제르맹앙레 캉 데 로주

새로운 엠블럼, 새로운 정체성

1970년 창단 이래 파리 생제르맹은 여러 크고 작은 변화를 겪어 왔다. 2011년 카타르 국왕 기금으로 운영되는 카타르투자청(Qatar Investment Authority)의 인수는 클럽의 역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또는 치명적인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세르 알 켈라이피(Nasser Al-Khelaïfi) 회장이 취임하면서 파리 생제르맹에 새로운 정체성을 입히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글로벌 마케팅을 이유로 2013-14년 시즌부터 새로운 엠블럼을 쓰게 되는데, 이는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과 더불어 연고지인 생제르맹 시민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다.

좌) 기존 엠블럼 우) 새로운 엠블럼

새 지도부는 엠블럼 위쪽에 들어갔던 클럽명 파리 생제르맹 대신 파리만 남기고 생제르맹을 엠블럼의 아랫쪽에 배치시켰다. 파리를 크고 굵게 강조하는 한편 생제르맹은 가늘고 작게 표기하고 파리 생제르맹의 창단연도인 1970은 새로운 엠블럼에서 제거했다.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 밑에도 변화가 있는데, 생제르맹에서 태어난 루이 14세(Louis XIV, 재위 1643-1715)를 상징하던 요람이 사라지고 프랑스 왕실을 상징하는 백합만 남겨 정중앙에 위치시켰다. 요람위의 백합은 왕실도시인 생제르맹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클럽 엠블럼에 요람을 없앤 것은 생제르맹의 정체성을 희석시킨 것과도 같다. 참고로 붉은색과 파란색은 파리를 상징하며, 프랑스 왕실을 나타내는 흰색은 생제르맹을 상징한다.

생제르맹앙레시 엠블럼

새로운 엠블럼은 클럽이 지향하는 정체성과 방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의 파리 생제르맹 엠블럼이 파리와 생제르맹을 동등하게 상징하고 1970년부터 이어지는 두 도시 간의 끈끈한 결합을 의미했다면, 새 엠블럼은 생제르맹을 희생시켜 파리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카타르 지도부의 미래 전략에 따른 것으로, 그들에게 파리 생제르맹의 창단 역사적 의의와 가치는 특별히 고려할만한 사항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로써 클럽의 엠블럼이 세계화에 맞춰 단순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된 반면, 기존의 고유한 개성과 역사성은 잃게 되었다. 새로운 엠블럼과 함께 파리 생제르맹은 과거를 잊고 파리를 연고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현재 클럽의 모든 마케팅은 파리와 시의 상징인 에펠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파리를 강조한 파리 생제르맹의 새로운 홍보 포스터

생제르맹을 떠나는 훈련장

카타르 지도부는 엠블럼을 교체하는데 이어 구단의 홈구장과 훈련장의 현대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홈구장인 파리의 파르크 데 프랭스는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대신에 생제르맹에 있는 훈련장은 인근에 위치한 푸아시(Poissy)에 새로 지어 옮기기로 했다.

이 결정은 엠블럼 교체보다 더한 생제르맹 시민들의 반감을 사게 되었고, 훈련장이 이 도시를 떠나면 더 이상 구단 이름에서 생제르맹을 사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생제르맹 시장이 공식적으로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혀 해프닝에 그치고 말았지만 훈련장이 떠난다는 소식을 접한 생제르맹 시민들의 실망과 허탈감에서 나온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생제르맹과 파리 생제르맹의 정체성과 역사는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훈련장마저 생제르맹을 떠나면 ‘파리 생제르맹’이 아닌 ‘파리 푸아시’로 불러야 한다는 말도 들린다. 생제르맹시가 훈련장을 지켜내려고 고분군투를 했으나 카타르 지도부의 결정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의 새 훈련장은 2018년 가을에 공사를 시작해서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생르맹의 캉 데 로주는 파리 생제르맹의 여성 프로팀이 계속 사용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푸아시에 위치할 새로운 파리 생제르맹 훈련장

생제르맹시의 자존심이자 자랑이였던 파리 생제르맹. 거대한 자본 앞에 무너지고 잊혀져 가는 역사와 전통이 씁쓸하다. 비록 클럽은 생제르맹을 물리적으로 떠나가지만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역사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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