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향기 – 고대중국의 향문화’ 중국 이천년 향 역사와 문화 이야기

전시기간: 2018. 03. 09 – 2018. 08. 26
전시장소: 프랑스 파리 세르누스키 미술관

파리시립동양미술박물관인 세르누스키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중국의 향기 – 고대중국의 향문화 Parfums de Chine –  la culture d’encens au temps des empereurs’는 중국의 향(香)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로, 향의 종류와 역사부터 향을 즐기기 위한 도구에 이르는 고대 중국의 다채로운 향문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중국 상해박물관과 긴밀한 협업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향과 관련된 유물 약 110여점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한다. 유물은 도자기·회화·청동기·옥기·칠기·목가구를 아우르며, 세르누스키 미술관의 자체 소장품 20여점을 제외하고 모두 상해박물관 소장품으로 다수의 작품이 처음으로 유럽에 전시가 되고 있다.

전시실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세르누스키 미술관장이자 전시 기획자인 에릭 르페브르(Éric Lefebre)가 소개하는 특별전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실 곳곳에 설치된 터치 스크린은 중국 전통향 재료와 제조법에 관한 설명을 더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시실 내부 모습. © HEEstoryNArt

한대부터 당대까지 향의 사용 

전시는 한대(漢代, 기원전 206-기원후 220)부터 청대(清代, 1644-1911)까지 중국의 향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다. 중국의 향 역사는 주대(周代, 기원전 1046-기원전 256)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인들은 종교적 의식, 곧 신과 인간의 교감을 위한 매개체로 향을 사용했다. 향이 피워 내는 연기를 통해 신들을 지상으로 초대하는 것이다.

초기의 향로(香爐)는 두형(豆型)향로로 당시 청동예기(靑銅禮器)의 형태를 본 떠 만들었으며,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75-기원전 221)부터 서한시대(西漢時代, 기원전 206-기원후 8)에 이르는 무덤에서 여러 점이 출토되고 있다.

청동두형형로, 전국시대(기원전 475-기원후 221), 상해박물관. 출처: www.scribeaccroupi.fr

중국의 향문화는 진시황(秦始皇, 기원전 259-기원전 10)에 의해 중국이 통일된 후 한나라가 등장하면서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무역로가 개척되면서 동남아와 중동 지역의 향료가 중국으로 유입되었고, 신성한 영역을 넘어 일상 생활에서도 분향이 이루어졌다. 먼 나라에서 온 이국적인 향은 매우 귀했으며 부의 상징이 되었다.

산형(山形) 뚜껑을 가진 박산향로(博山香爐)는 이 시기에 크게 유행한 형태로 훗날 한국에도 전래가 된다.

녹유도기박산향로, 한(기원전 206-기원후 220), 상해박물관. 출처: www.scribeaccroupi.fr

한나라 시기 불교의 도입은 인도의 향과 향문화를 중국에 전파하고, 나아가 중국 고유의 향문화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불전에 향을 바치는 것은 중요한 의식이 되었으며, 불교의 영향으로 새로운 기형과 문양의 향로가 등장하게 되었다.

파고다형청동삼족향로, 당(618-907),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원대의 향과 문인문화

송대(宋代, 960-1279)에 이르러 향은 문인(文人) 계층의 기호품이 되었다. 이 시기에 처음으로 향에 관한 책이 출판되었으며, 향 수입도 최고조에 다랐다. 향문화는 도시의 각 계층에 널리 퍼졌고 향과 향도구는 중요한 상품이 되었다.

침향(沈香)은 문인들이 가장 선호하던 향으로, 침향에 다양한 재료를 조합해 새로운 향을 제조하기도 했다. 향이 대중화되면서 향과 관련된 도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송대 자기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전국의 각 요장에서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제품을 생산했다.

특히 손에 잡힐 정도의 작은 향로가 많이 제작되었다. 용천요(龍泉窯)의 청자삼족역형향로(靑磁三足鬲形香爐) 같은 옛 청동기를 모방한 형태의 향로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향로는 당시 문인들의 필수품이 되어 독서와 명상 등을 위한 용도로 쓰였다.

용천요청자삼족역형향로, 남송(1127-1279),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송·원대에는 향로와 함께 향합(香盒)과 향병(香瓶, 향시와 향저를 꽂는 병)도 크게 유행을 했는데, 도자를 비롯해 주칠(朱漆)과 청동(青銅)으로 많이 제작이 되었다.

주칠원형향합, 원(1271-1368),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송대에 출현한 가는 선 형태의 선향(線香)은 원대(元代, 1271-1368)에 와서 더욱 대중화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향병(香餅,덩어리 형태의 향)과 향환(香丸,작은 원형의 향) 형태의 향이 널리 사용되었다.

균요삼족향로, 원(1271-1368),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명대의 생활양식된 향

스스로를 송대 문인문화의 계승자라 여긴 명대(明代, 1368-1644)의 엘리트에게 향은 그들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필수품이었다. 천가지의 다른 향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은 문인이 가져야 할 이상적인 덕목이였으며, 실용적·미적 기준에 따라 향도구를 고르는 높은 안목이 요구되었다.

<주명십팔학사원병侏名十八學士圓屏>, 명(1368-1644), 상해박물관. © 상해박물관

명대에는 가정 내에 작은 불단이나 도교단을 만들어 분향하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향로, 촛대, 화병으로 이루어진 삼공세트(三供一套)와 향로 1개, 촛대 2개, 화병 2개로 구성된 오공세트(五具一套)의 양식이 유행했다. 또한 명상할 때 향을 피움으로써 공간을 청정하게 하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자 했다.

향은 사적인 공간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향을 호리병에 담아 침대 주위에 놓거나 베겟닢 속에 향주머니(香囊)를 넣어 은은한 향이 베어나오게 했다. 향환을 허리띠나 목에 걸어 사용하기도 하였는데, 주로 모란(芍藥), 단향(檀香), 정향(丁香), 사향(麝香) 등을 섞어 만들었다. 

대나무를 투각해 만든 휴대용 향갑(香匣)은 차모임에 가져가거나 옷에 향이 스며져 나오게 하는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몇몇 향은 여인들만 쓰는 것으로 자스민(茉莉), 계화(桂花) 잎 등은 따아 올린 머리를 장식하는데 종종 사용되었다.

명대 말기 진홍수(陳洪綬, 1598-1652)는 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새 모양의 향로를 반구형 훈증용 틀 안에 넣고 옷을 덮어 훈향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사의훈용원축斜椅薰籠圓軸>, 진홍수(陳洪綬),명(1368-1644), 상해박물관. © 상해박물관
거위형금속향로, 명(1368-1644),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고대 중국에서는 이런 식으로 옷에 향이 스며들게 하였는데 전체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뜨거운 물을 담은 대야를 틀 안에 넣고 옷을 틀 위에 씌워 훈증한다. 이후 물을 담은 대야를 향로로 교체하고 향이 열기로 눅눅해진 옷에 스며들게 해 은은한 향이 옷에 베이고 수일간 지속될 수 있게 한다.

명대에 향이 기호품으로만 소비된 것은 아니었다. 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혈액과 기혈순환을 돕는다고 알려져 몸과 정신을 치료하는 약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청대 황실의 향문화

자금성(紫禁城) 궁중 생활을 자세히 기록한 청조(清朝)의 문헌에는 황실의 향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많이 남아 있다. 청대 초기부터 향은 국가적으로 관리가 되었으며 궁궐 내 특별한 장소에 보관되었다. 침향과 같은 진귀한 향은 중국 남부 지방에서 오거나 시암과 안남(베트남)의 조공품으로 황실에 공급이 되었다.

향은 사계절 내내 열리는 국가의 크고 작은 의례에 사용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황실 가족을 위한 약제조에 있어 중요한 재료로도 쓰였다. 또한 황실을 중심으로 향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연구가 진행되었다.

경덕진요오공세트, 청(1644-1911),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강희(康熙)·옹정(雍正)·건륭(乾隆) 3대 황제의 치세 기간은 청나라의 전성시대였다. 이 시기에 향과 관련된 도구들은 진귀한 재료로 만들어 지고 섬세하고 화려하게 장식이 되었는데, 기술적·디자인적으로 뛰어난 작품이 많다. 송대부터 전해 내려온 고전적인 형태의 향로와 함께 새로운 기형과 장식의 향로, 향통(香筒) 및 향반(香盤)과 향꽂이(香插)가 유행했다.

경덕진요분채향꽂이, 청(1644-1911),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희귀하고 이국적인 향목을 직접 조각해 만든 작품은 청대에도 이어진 문인들의 향문화 전통을 보여준다.

침향목으로 조각된 부채, 청(1644-1911), 상해박물관. © HEEstoryNArt

전시는 19세기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비록 ‘고대중국의 향문화’를 다루는 전시이지만 유구한 역사의 중국 향문화 전통이 오늘날까지 어떻게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지 또는 어떠한 현대식 변화를 거쳤는지 짧게나마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여전히 향은 현대 중국인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중국의 향문화가 이웃나라인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에 어떻게 전해졌으며 수용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또한 유럽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등 좀 더 세계사의 큰 틀 안에서 주제를 이야기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많은 부분을 다루기에는 전시 공간이 한정되어 있고 세르누스키 미술관이 지향하는 소규모의 알찬 테마전시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작은 아쉬움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짜임이 훌륭하고 내용이 풍성한 전시임에는 틀림 없다. 세르누스키 미술관의 가을·겨울 특별전시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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