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제르맹앙레, 나의 도시 4] 국립고고학박물관

생제르맹앙레(줄여서 생제르맹) 궁전을 개조한 국립고고학박물관(Musée d’Archéologie nationale)은 프랑스 최초이자 유일한 고고학 전문 국립박물관으로, 1867년 나폴레옹 3세(Napoléon III, 재위 1852-70)에 의해 건립되었다. 당시의 생제르맹 궁전은 예전의 화려했던 영화의 흔적은 사라지고 잊혀진 과거 유산에 불과했다.

정원에서 바라본 국립고고학박물관(생제르맹앙레 궁전) 전경. 출처: seine-saintgermain.fr

왕궁에서 박물관으로

1682년 루이 14세(Louis XIV, 재위 1643-1715)의 궁정이 베르샤유로 떠난 후 생제르맹 궁전은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 들었다. 비록 과거 영광의 시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왕궁으로서의 지위는 한동안 유지가 되었는데, 루이 14세의 사촌인 영국의 제임스 2세(James II, 재위 1685-88)가 1688년 명예혁명으로 프랑스에 망명와서 사망하기 전까지 지낸 곳이 바로 생제르맹 궁전이다. 그러나 1718년 매리 모데나(Mary of Modena, 1658-1718) 왕비가 사망하면서 생제르맹 궁전은 왕궁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다.

영국의 제임스 2세 초상화, 1690년경, 런던 국립초상화미술관

이후 생제르맹 궁전은 혼란했던 시대의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특히 프랑스 혁명(1789-99)은 생제르맹 궁의 몰락에 마침표를 찍게 했다. 혁명 기간 동안 궁전은 임시 감옥으로 사용되었고, 이후에는 병원, 황실 군사학교뿐만 아니라 군대 막사와 군 형무소로도 쓰였다. 18, 19세기를 거치면서 궁전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파괴되었고, 이에 결국 프랑스 정부는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을 내린다.

생제르맹 궁전의 비극적인 운명은 1855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Queen Victoria, 재위 1837-76)의 방문에 의해 극적으로 바뀐다. 당시 파리를 방문 중이던 빅토리아 여왕이 나폴레옹 3세에게 여왕의 선조인 제임스 2세가 망명생활을 했던 곳을 방문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여왕의 생제르맹 방문은 생제르맹 궁 철거 결정을 철회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고, 1862년 마침내 황제는 생제르맹 궁전을 박물관으로 탈바꿈하기로 계획한다.

국립고고학박물관을 건립한 나폴레옹 3세의 초상화. © RMN-Versailles

곧이어 시작된 개축공사로 인해 궁전은 현재의 모습인 프랑스와 1세(François I, 재위 1515-47) 시대의 르네상스 양식으로 복원되었다. 이와 함께 건물의 내부는 근대 박물관으로서 새 역할과 기능을 하도록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이 되었다.

박물관 컬렉션과 전시

1867년 5월 12일, 여전히 공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폴레옹 3세는 ‘고대켈트·갈로로만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전시실을 대중에게 개방했다.

1867년 박물관 개관일 전시실을 참관하는 나폴레옹 3세. 출처: actu.fr

역사와 고고학에 관심이 많았던 나폴레옹 3세는 박물관 건립과 발전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박물관의 첫 컬렉션은 황제가 기증한 개인 소장품으로 이루어 졌으며, 박물관의 전시는 그가 파견보낸 발굴조사팀이 프랑스와 해외 유적지 곳곳에서 발굴한 유물로 채워졌다. 그밖에 루브르 박물관의 일부 소장품도 생제르맹으로 보내졌으며, 개인 소장자들의 기증을 받기도 했다.

이중 덴마크의 프레데릭 7세(Frederick VII, 재위 1848-63)의 기증소장품은 박물관이 자랑하는 ‘비교고고학’ 전시의 첫 걸음이 되었다. 전세계 5개 대륙의 고고학을 비교하는 전시는 1867년 박물관 개관 때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국립고고학박물관 비교고고학 전시실(옛 생제르맹 궁전의 무도회장) 전경. © HEEstoryNArt

켈트와 갈로로만 시대의 고고학에 집중되었던 컬렉션이 점차 선사시대와 중세시대로 확대되면서 1879년 박물관의 현재 이름인 국립고고학박물관으로 개명이 되었다. 19세기 후반 20세기 초 국내외의 활발한 발굴활동으로 박물관의 컬렉션은 빠른 속도로 늘어갔으며, 1907년에는 44개의 전시실이 새롭게 문을 열였다.

1960년대 한 차례의 대규모 리모델링을 거친 박물관은 현재 2백만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 중 3만점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의 컬렉션은 구석기 시대부터 초기 중세 시대(5-11세기)까지의 유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12세기에 지어진 생제르맹 궁전의 역사와 묘하게 연결된다. 특히, 박물관의 구석기 시대와 켈트문화 관련 유물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컬력션이다.

국립고고학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구석기 시대 여인 두상 조각 (La “Dame à la capuche” / Dame de Brassempouy). © HEEstoryNArt

중세의 성에서 고고학박물관으로 변신한 오늘날까지 약 9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생제르맹 궁전. 이곳은 생제르맹의 랜드마크이자 이 도시가 역사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생제르맹에 오면 반드시 보게 되는, 또한 봐야 하는 곳. 이곳은 생제르맹의 자랑이자 생제르맹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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