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제국 일본의 영광 (1862-1912)’ 메이지 시대의 역사와 미술

전시기간: 2018. 10. 17 – 2019. 01. 14
전시장소: 프랑스 파리 기메 국립동양박물관

전시가 끝나는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걸음을 서둘러 보게 된 파리 기메 박물관의 새로운 특별전 ‘메이지, 제국 일본의 영광 (1868-1912) Meiji, Splendeurs du Japon Impérial (1868-1912)’은 만감이 교차하는 전시다. 이번 특별전은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1868) 150주년을 맞아 메이지 시대의 역사와 미술을 프랑스 최초로 조명한 초대형 기획전시로, 회화·사진·판화를 비롯한 다양한 공예 350여 점을 통해 메이지 일본이 어떻게 근대화를 이룩했는지, 또한 그 과정에서 미술이 어떤 변화를 모색하고 무슨 역할을 했는지 보여준다.

‘메이지’는 무쓰히토(睦仁, 1852-1912)가 1867년 천황 즉위 이듬해 바꾼 연호로 그가 재위한 기간을 메이지 시대(1868-1912)라고 한다. 250년 동안 쇄국정책을 고수했던 일본은 이 시기에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정치·경제·사회·예술 등 전방면에서 근대화를 추진했을 뿐 아니라 세계 미술 무대에 중요한 선수로 등판했다. 이번 전시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전세계를 강타한 자포니즘(Japonism, 일본취향)을 탄생하게 한 메이지 시대 미술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일본 제국의 건설과 근대화

전시는 메이지 시대를 연 무쓰히토 천황으로 시작한다. 15세 나이로 즉위한 무쓰히토는 도쿠가와 막부(에도 막부, 1603-1867)를 무너뜨리고 천황이 직접 통치하는 강력한 천황제국가를 완성시켜 나갔다. 서양 국가들을 모델로 정치·사회적으로 많은 개혁을 단행했으며, 전 국토의 산업화와 근대화를 추진했다.

1873년 10월 8일에 찍은 메이지 천황 무쓰히토의 서양식 초상사진. © 파리 기메 박물관

화려한 서양식 군사제복을 입고 서양식 장식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천황의 사진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효과적인 선전(프로파간다) 도구였다. 일본이 서양에 문호를 개방한 후 급속도로 발전한 사진은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浮世絵)와 함께 일본 제국 건설과 근대화에 있어 중요한 시각적 매체가 되었다.

1895년 청일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일본군을 그린 채색 목판화. © 파리 기메 박물관

빨간색 원 주위에 욱광(旭光, 아침 햇살)을 그린 깃발인 욱일기(旭日旗)가 만들어진 것도 바로 메이지 시대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시대에 사용된 일본군의 군기로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1895년 청일 전쟁과 1905년 러일 전쟁에서 연이어 승리하고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하면서 일본의 제국·군국주의는 더욱 팽창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 확립에 동참하게 된다.

만국박람회, 새로운 도약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는 만국박람회의 전성기였다. 당시 만국박람회는 각종 첨단과학 제품과 진귀한 물품을 전시하고 국력을 홍보하는 지구촌 최대 행사였다. 1867년 파리에서 가능성을 엿본 일본은 메이지 정부 수립 이후 국내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고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만국박람회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한다. 1873년 빈 박람회를 시작으로 정부가 직접 박람회에 참가할 예술가와 작품을 선택하고 일본 전통식으로 전시장을 꾸몄다.

귀한 재료에 섬세하고 정교한 기술, 세계 시장에서 이미 인기있던 일본적 미감을 더해 만들어진 일본의 공예품들은 가격대비 뛰어난 품질과 예술성으로 서양의 부르주아 계층을 사로잡았고 국내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일본 전통 방식과 서양의 신기술을 접목해 만든 칠보, 도자기, 칠기, 금속 공예 등의 장식미술품은 일본의 대표 예술상품으로 자리잡게 되는데 19세기 후반 수출의 1/10을 차지할 정도였다.

일본 황실의 주문으로 안도 주베이가 만든 등나무꽃으로 장식된 칠보상자, 1915년경. © 런던 칼릴리 컬렉션
시바타 제신이 제작한 금장식(마키에)이 된 칠기문구상자(료시바코), 1860-70년경. © 런던 칼릴리 컬렉션
메이지를 대표하는 도예가 미야가와 코잔이 만든 작약이 그려진 자기병, 1890년대 말, 런던 칼릴리 컬렉션. © HEEstoryNArt
3미터에 가까운 높이의 대형 금속향로, 1870년대, 런던 칼릴리 컬렉션. © HEEstoryNArt

후지산, 게이샤, 사무라이 – 일본, 과거를 돌아보다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일본은 오래전에 깨달았던 것일까. 서양국가들에 맞서 메이지 시대의 일본인들은 ‘일본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사계절 눈덮인 후지산은 당시 일본을 방문하는 서양인들이 요코하마 항구로 들어오는 배에서 감상할 수 있는 멋진 풍경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신성한 산인 후지산은 유명한 순례지였을뿐 아니라 일본 전통 회화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에도시대(1603-1867)에 활약한 우키요에 화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의 <후지산 36경>은 후지산을 그려낸 대표적인 작품이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와 후지산은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해외에 일본을 홍보하는 불멸의 이미지가 되었다.

메이지 시대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 후지산을 나타낸 칠보작품, 1900-10년경. © 런던 칼릴리 컬렉션

또한 이 시기에 일본은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스스로 과거를 돌아보기 시작한다. 에도 시대의 독창적인 장식화파인 린파(琳派)와 더불어 일본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준 중국과 불교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서양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사무라이와 게이샤를 주제로 한 사진과 각종 장식미술품. © HEEstoryNArt

일본 봉건시대를 대표하는 고급무사인 사무라이와 기녀인 게이샤의 이미지도 메이지 시대에 크게 유행을 했다. 특히 서양인들의 관심이 높아 수출용 장식미술품과 사진의 인기있는 주제가 되었다.

세계로 퍼진 자포니즘, 그리고 그 이후

메이지 시대 정치경제에서 대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일본은 세계미술사에서도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게 되었다. 채색 목판화와 꽃과 식물을 주소재로 하는 일본식 디자인은 서양에 새로운 미술사적 영향을 주었다.

유기적인 곡선, 비대칭형 구도, 대범한 장식과 비움의 미학을 강조한 일본 미술은 당시 유럽 미술계에 신선한 시각적 충격이었으며, 반 고흐와 고갱을 비롯한 서양의 많은 화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채색 목판화와 더불어 다양한 장르의 장식미술품도 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나, 값비싸고 귀한 작품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쉽게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반 고흐가 소장했던 일본 채색 목판화와 작은 도자기 병. © HEEstoryNArt

자포니즘의 선봉장인 일본을 필두로 전 세계는 서양의 혹은 서양화된 고객의 취향에 맟춰 작품을 제작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19세기 말 20세기 초 일본과 서양의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데, 작품 캡션(짧은 설명글)을 고의로 배제해 관람객들이 스스로 작품의 국적을 추측해 보도록 초대한다.

자포니즘의 국제적인 유행을 보여주는 일본과 서양 작가들의 작품. © HEEstoryNArt

1912년 메이지시대가 저문 이후 자포니즘은 하나의 미학이자 디자인 형태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전세계 많은 작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

전시장을 나오며

일본, 참 영리했다. 전시장을 나오며 든 첫 생각이다. 이번 전시는 일본 문화예술 저력과 자신감의 원동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메이지 유신은 실로 일본과 한국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 사건이었다. 쇄국정책으로 일관한 조선과 달리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개혁과 개방의 길을 선택했다. 역사적인 전환기에 메이지 일본은 국제정세를 예리하게 파악했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서구식 부국강병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술도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고 진화했다.

자포니즘은 메이지 시대의 산물로서 일본인 스스로 과거를 들여다보며 일본적인 것을 재창조·재해석한 것이다. 자포니즘은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며, 자포니즘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주역 역시 일본인이었다. 그들은 전통을 바탕으로 외부의 새로운 요소들을 받아들이고, 시대의 흐름과 대중의 기호를 잘 간파해 자포니즘을 세계 시장에서 유행시켰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유럽에서 자포니즘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작권자 © HEEstoryNArt]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지하며, 허락 없이 내용 일부를 발췌/요약/편집하여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링크 및 SNS 공유는 허용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