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큐 ‘도자기’를 다시 보며

지난주 KBS 다큐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큐멘터리 <도자기>가 방영되었다. 2004년 11월 첫 방송을 했으니 햇수로 벌써 16년이 된, 다소 오래된 다큐멘터리다. 

나는 당시 본방송을 보지 못했다. 사실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것도 알지 못했다. <도자기>를 접하게 된 것은 2006년 프랑스 유학 시절 잠깐 한국에 들어와 DVD를 구입하면서였다. 그러나 두어번 감상 후 줄곧 책장에 모셔 놓기만 하고 10여년이 지나도록 다시 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자기> 재방영 소식을 들은 것이다! DVD를 꺼내 보면 될 것을 나는 굳이 6일 동안 유튜브 생방송 시간에 맞춰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거두절미하고 KBS 스페셜 <도자기>는 명품 다큐다. 정착생활을 시작한 인류가 만든 최초의 생활용기 토기부터 21세기 첨단기술이 집약된 우주선에 부착되는 내화타일까지, 다큐멘터리는 기원전 8000년부터 현재까지의 동서양을 아우르는 인류 문명사를 도자기라는 창을 통해 총체적으로 조명한다. 방송사 스스로 자부하듯이, 한국방송 다큐멘터리로는 유례가 없는 규모와 내실을 다진 6부작 시리즈로, 국외 유수 방송사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와 견줄 만큼 완성도 있는 프로그램이다. 

2006년, 다큐멘터리를 처음 봤을 때는 내가 본격적으로 도자기 공부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파리에서 다니던 학교에서는 유럽 도자기를, 인턴 생활을 하던 동양미술 갤러리에서는 동아시아 도자기를 배우며 앞날을 고민하던 때였다. 그 시절 만난 다큐멘터리는 도자기에 대한 이해와 시각을 넓히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도자기를 더욱 깊이 공부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결국 나는 중국 도자기를 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이듬해 런던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중국도자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고 북경을 거쳐 다시 파리로 돌아왔다.

그 후 한동안 도자기를 잊고 지냈다. 잊고 싶었다. 여러가지 이유로. 하지만 어쩔 수 없나보다.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유럽의 박물관 이곳저곳을 거닐면서 깨달은 것은 여전히 내가 도자기를 애정한다는 사실이었다. 공부를 시작한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도자기를 볼 때마다 설레는 마음은 그대로다. 세상의 모든 도자기를 알고싶은 마음도 말이다. 

그러던 차에 <도자기>를 다시 만났다. 다큐멘터리는 내가 왜 도자기를 공부하는지, 왜 그토록 좋아하는지에 대한 오래된 답을 찾는 여정과도 같았다. 

도자기는 단순한 공예품 혹은 미술품이 아니다. 도자기는 서로 다른 문명 간에 이루어진 복잡하고 끊임없는 인적·물적 이동의 소산이자 매개체다. 따라서 도자기의 변천사는 곧 문명의 교류사이자 인류의 역사다.

9세기 이슬람 청화도기 접시와 15세기 조선의 청화백자 항아리, 그리고 17세기 델프트 피라미드 모양 꽃병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만들어졌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9세기 바스라(Basra, 현 이라크 위치)에서 만들어진 청화도기 접시. © Yale University Art Gallery
15세기 조선 청화백자 항아리. © 호림박물관

세 점의 도자기가 각각 독특한 매력을 보이는 건 문명 간의 교류로 인해 기술과 문화가 전파·수용되어 새롭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고유하고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자기의 역사는 인류의 진화 역사와 더불어 문명의 형성 및 교류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바로 이점 때문에 내가 도자기를 공부하고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는 다시금 상기시켜준 것이다.

아마도 한동안은 <도자기>를 보지 않을 테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미래의 그날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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