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숨은 이야기] 불멸의 여인 – 조반나 델리 알비치 토르나부오니의 초상

도메니코 기를란다요(Domenico Ghirlandaio, 1449-94), <조반나 델리 알비치 토르나부오니의 초상>, 1489-90년, 패널에 템페라, 77 x 49 cm,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15세기 피렌체에서 제작된 여성 옆면 초상화 중 모델의 아름다운 얼굴 때문에 유난히 눈길을 끄는 그림 한 점이 있다. 도메니코 기를란다요가 그린 조반나 델리 알비치 토르나부오니(Giovanna degli Albizzi Tornabuoni, 1468-88)의 초상화가 바로 그것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여느 르네상스 여성 초상화의 모델처럼 우아하고 기품있으며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당시 피렌체에서 유행했던 이러한 여성의 옆모습 초상화는 대부분 약혼이나 결혼을 기념하기 위한 용도였다. 르네상스 여인들은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호사스러운 치장을 했다. 

안토니오 델 폴라이올로(Antonio del Pollaiuolo, 1429-98), <젊은 여인의 초상>, 1470년경,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1486년 피렌체의 명문가 토르나부오니 가문의 아들 로렌초와 화려한 결혼식을 올린 조반나. 하지만 1488년, 결혼한지 겨우 2년만에 그녀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당시 그녀는 스물두살 꽃나운 나이에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었다. 

결혼을 기념하여 제작된 조반나 델리 알비치의 메달. 신랑인 로렌초 토르나부오니가 주문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니콜로 피오렌티노(Niccolò Fiorentino, 1430-1514), 1486년경, 워싱턴 국립미술관

당대 최고의 화가로 이름날리던 기를란다요가 그린 이 초상화는 그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그림 속에는 초상화의 모델이 조반나임을 알려주는 몇 개의 단서가 존재한다. 그녀가 입고 있는 황금색 드레스 어깨에 수놓아진 알파벳 L은 남편 로렌초의 머리글자이며, 가슴에 장식된 다이아몬드 문양은 남편 집안인 토르나부오니 가문을 나타내는 문장이다. 여인의 화려한 보석들(목걸이 펜던트, 브로치와 반지)은 결혼 예물의 일부로서 그녀가 최근에 결혼했음을 보여준다.  

이 초상화를 통해 로렌초는 여성의 아름다움과 아내로서의 이상적인 덕목을 모두 갖춘 조반나의 죽음을 추모하고자 했다. 뒷선반에 놓여진 기도서 위로 보이는 라틴어 글귀는 이 초상화가 그녀를 기리는 작품임을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 

“만일 예술이 품성과 영혼을 묘사할 수 있다면, 지상의 어떤 그림보다도 아름다울 텐테.” 

고대 로마 시대의 단시에서 가져온 이 구절은 조반나의 초상화에 그녀의 인품과 영혼까지 담아낼 수 있었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웠을 것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남편인 로렌초는 아내 조반나를 그토록 사랑했을까? 그래서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는 그림을 주문한 것일까? 아마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로렌초가 조반나의 초상화를 남긴 건 그녀가 가문의 대를 잇는, 르네상스 시대 여성이자 아내로서 가장 큰 임무 수행 중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렌초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결혼을 통한 토르나부오니 가문과 알비치 가문의 연계는 하나의 큰 사건이었다. 조반나의 시아버지인 조반니 토르나부오니(Giovanni Tornabuoni, 1428-97)는 메디치 가문의 최전성기를 이끈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 1449-92)의 외삼촌이자 메디치 은행의 로마 지점장이었다. 알비치 가문은 메디치 가문의 오랜 경쟁 상대로서 토르나부오니-알비치 두 가문의 연계는 피렌체 정치 지형을 바꾸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조반나의 초상은 피렌체에 있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토르나부오니 가족 예배당의 벽화에도 나타난다. 기를란다요가 그린 한 벽화에 조반나는 토르나부오니 가문의 사람들과 같이 등장한다. 벽화에는 조반니 토르나부오니의 누이이자 로렌초 데 메디치의 어머니인 루크레치아(Lucrezia Tornabuoni de’ Medici, 1425-82)도 보인다. 토르나부오니 가문은 가족 예배당에 조반나의 초상을 포함시켜 알비치 가문과의 연계를 영원히 기리고자 했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토르나부오니 가족 예배당 벽화에 그려진 조반나 델리 알비치(맨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루크레치아 토르나부오니(맨 오른쪽에서 첫번째).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방문>, 1485-90년.

조반나를 떠나보내고 삼년 뒤 로렌초는 재혼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랫동안 조반나의 초상화를 그의 방에 걸어 두었다. 이후 여러 소장가를 거쳐 1935년 티센 보르네미사 가문의 소장품이 된 그녀의 초상화는 오늘날 소장가의 이름을 따서 세운 미술관(현재 스페인 국가 소유)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불멸의 여인 조반나, 그녀는 그렇게 여전히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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