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플루트를 꺼내다

나에게는 25년된 플루트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6년간 저금했던 돈을 탈탈 털어 구입한 나의 보물 1호다. 일반인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가격이니 당시 어린 나이였던 나에게, 사실 지금도 여전히 너무나도 귀중한 나의 재산이다.

플루트를 언제 그만두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취미로 시작해서 고등학교 진학 전까지 매주 꾸준히 레슨을 받았다.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가끔 주말에 머리도 식힐겸 혼자 연습을 하곤 했다. 아마도 서울로 대학을 가고 연이어 유학을 떠나면서 자연스럽게 플루트와 멀어진 듯하다.

20년 만에 오래된 플루트를 꺼냈다. 잠시 치료차 한국에 머물게 되면서 오랫동안 잊어왔던 플루트가 다시금 불고 싶었다. 플루트를 보자마자 지난 세월의 추억이 하나 둘씩 떠오른다. 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옛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 오랜시간 방치해서 군데군데 변색이 되고 키 발란스가 틀어져 제 소리가 잘 나지는 않는 게 건강관리가 필요한 현재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플루트는 수명이 없다고 한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소중하게 다뤄주고 관리를 잘해 주면 죽을때까지도 쓸 수 있는 악기다.

어제 클리닝과 조율을 위해 전문 수리샵에 플루트를 맡겼다. 다시 건강해진 친구를 만날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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