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 칸: 몽골족의 영웅에서 위대한 중국인으로

칭기즈 칸은 중국인? © Olivier Bonhomme / lemonde.fr

13세기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역사상 최대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 칸(1162-1227). 몽골족의 영웅인 그는 21세기 위대한 중국인이 되어야 하는 걸까?

며칠 전 프랑스의 한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내용인 즉슨, 프랑스 낭트의 역사박물관(Musée d’histoire de Nantes)이 몇 년 전부터 중국 후허하오터(呼和浩特)에 있는 내몽고박물원(內蒙古博物院)과 함께 칭기즈 칸과 몽골제국에 관한 전시를 준비해 왔는데, 중국 정부가 계속 압박을 해와 전시를 연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역사박물관은 ‘천자와 유라시아 초원 – 칭기즈 칸과 몽골제국의 탄생 Fils du Ciel et des Steppes – Gengis Khan et la naissance de l’Empire’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을 2021년 초에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전시품 대여 명목으로 전시에 ‘칭기즈 칸’, ‘제국’, ‘몽골’이란 세 단어를 쓰지 못하도록 집요하게 요구했다.

중국 측의 요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 여름에는 새로운 전시 기획안을 제안하면서 전시 패널 내용과 지도 및 도록, 팜플랫까지 자신들이 직접 감수하겠다고 알려왔다.

이에 역사박물관은 중국 기관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계획했던 원안대로 전시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시품은 유럽과 미국에서 대여하기로 결정하고 전시는 2024년으로 연기되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 9월 초 내몽고 자치구에서 벌어진 일과 무관하지 않다. 이 지역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몽골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이 새 학기부터 도입된 중국어 교육 강화조치에 반발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다.

앞서 내몽고 교육당국은 개학을 앞두고 그동안 몽골어로 가르치던 ‘중국어’ 과목을 중국어로 가르치는 ‘국어’ 과목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했다. 또 점차적으로 다른 과목의 수업언어를 기존 몽골어에서 중국어로 바꾸기로 했다.

그러자 내몽고구에 거주하는 몽골인들은 민족어 교육 약화를 우려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몽골어를 잃으면 몽골 고유의 문화뿐만 아니라 몽골인으로서의 정체성까지도 잃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 억압 정책은 시진핑의 핵심 정책 ‘중국몽(中國夢,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직결된다.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중화주의 확산을 위해 소수민족을 탄압하고 그들을 ‘한족화’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몽골족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되고, 그들의 위대한 선조 칭기즈 칸 역시 중국인이 된다. 중국인에게 칭기즈 칸과 그의 후계자들은 한족이 지배한 남송(南宋, 1127-1279)을 멸망시킨 정복자가 아니라, 각 민족 통합에 지대한 공을 세우고 대제국을 건설한 세계사의 위대한 ‘중국인’인 것이다.

낭트 역사박물관 소식을 접하고 나니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이 불현듯 떠오른다. 현재 중국 영토 내에 있는 고구려와 발해 등 한민족 고대사를 조작하여 중국사의 일부로 보는 역사왜곡의 한 사례로, 중국 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한 사업이다.

아직 프랑스에서 이와 관련된 전시가 열린 적은 없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다. 드넓은 중국대륙을 지배했던 광개토대왕(廣開土大王, 375-41)이 또 한명의 위대한 ‘중국인’으로 둔갑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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