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그림] 대(大) 피테르 브뢰헬 ‘죽음의 승리’

대(大) 피테르 브뢰헬(Pieter Bruegel the Elder, 1525-69), <죽음의 승리>, 1562-63년, 목판에 유채, 117 x 172 cm,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2019년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탈리아를 비롯한 내가 살고 있는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맹렬하다.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유럽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죽음은 피해갈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던가. 전염병이라는 자연이 내린 재앙 앞에 인간은 무력하기만 하다. 

16세기 플랑드르 화가 피테르 브뢰헬이 그린 <죽음의 승리>는 바로 이런 절망적인, 현재의 유럽 상황과 맞닿아 있다. 

14세기 중반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당시 유럽 인구 1/3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염병의 원인도 치료법도 알지 못했던 유럽인들은 죽음 앞에 속속무책이었다. 많은 이들이 흑사병을 신의 징벌로 여겼고, 세상의 종말이 온 듯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브뢰헬은 <죽음의 승리>를 통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떼지어 몰려드는 해골부대가 사람들을 덮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 속 해골은 죽음을 형상화한다.  

작품 전체의 분위기는 무겁고 음울하다. 불에 타 연기가 피어오르는 하늘과 말라 비틀어진 초목의 황폐한 배경에 도처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 펼쳐진다. 

화면 중앙에는 붉은 말을 몰며 전진해 오는 해골무리가 사람들을 거대한 관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죽음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해서 왕도 성직자도 죽음의 세계를 빠져나갈 수 없다. 어떤 이들은 죽음과 처절한 전투를 치루는 반면, 다른 이들은 이미 포기하고 운명에 순응하려 한다. 죽음이 가까이 왔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한 쌍의 연인(오른쪽 아래)도 보인다. 

해골무리에 의해 거대한 관 속으로 밀려 들어가는 사람들
해골을 가득 실은 마차 아래 죽음의 팔에 안겨 있는 왕
죽음과 대적하는 사람들 아래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연인

그림 속 폭력적이고 공포스러운 상황은 절망적이다. 죽음과 벌이는 싸움에서 인간은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이다. 누구나 죽으며, 죽음은 예고없이 닥친다. 

14세기부터 18세기까지 흑사병은 수차례 반복해서 유럽에 창궐했다. 이 끔찍한 전염병을 겪은 유럽인들에게 코로나19는 21세기 흑사병일지도 모른다. 매일 수 백명씩 죽어나가는 현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오늘 살아있음이, 소소한 일상이 행복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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