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그림] 대(大) 얀 브뢰헬 ‘보석, 동전, 조개껍질과 함께 있는 화병’

대(大) 얀 브뢰헬 (Jan Bruegel the Elder, 1568-1625), <보석, 동전, 조개껍질과 함께 있는 화병>, 1606년, 동판에 유채, 65 x 45 cm, 밀라노 암브로시아나 미술관

겨울이 깊어가는 12월, 화사하게 만개한 꽃이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요즘. 플랑드르 화가 얀 브뢰헬이 그린 <보석, 동전, 조개껍질과 함께 있는 화병>은 어둡고 긴 유럽의 겨울을 나는 데 위로가 되는 그림이다.

형형색색 화려한 꽃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브뢰헬의 그림은 보기만해도 진한 꽃내음이 코끝에 전해지는 듯하다. 백여가지가 넘는 꽃 하나하나가 서로 질세라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은 입가에도 미소를 짓게 한다.

조그마한 화병에 어떻게 이리 풍성한 꽃 한아름이 다 들어갈 수 있는지 그저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서로 다른 시기에 피는 꽃들이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국화와 장미는 같은 계절에 피지 않는다. 수선화와 붓꽃은 각각 이른봄과 늦봄에 개화한다. 그러므로 이 그림은 어느 계절의 한 때에 피어난 꽃들을 모아서 만든 실재 꽃다발을 보고 그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상상으로 그린 그림도 아니다. 이 그림은 브뢰헬의 뛰어난 관찰력과 정성, 그리고 인내심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브뢰헬의 후원자이자 이 작품의 소장자였던 밀라노의 페데리코 보로메오 추기경

17세기 초 꽃 정물화를 전문적으로 그린 최초의 화가들 중 한 명이었던 브뢰헬은 섬세한 질감과 정교한 묘사로 ‘꽃 브뢰헬’이라 불렸다. 그의 오랜 후원자이자 밀라노 대주교인 페데리코 보로메오(Federico Borromeo, 1564-1631) 추기경에게 보낸 편지에서 브뢰헬은 다음과 같이 썼다.

“저는 지금까지 이처럼 다양하고 진귀한 꽃들이 그려진 적도, 이렇게 공들여 표현된 적도 없다고 확신합니다. 이 꽃들은 겨울에도 변함없이 아름다울 것입니다.”

브뢰헬은 추기경에게 보낸 또 다른 편지에서 이 작품 속 꽃이 생화를 직접 보고 그린 것이라 밝히고 있다. 화가는 봄 여름 가을 각기 다른 계절에 피는 꽃을 기다려서 하나씩 하나씩 그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각양각색의 꽃들을 조화롭게 배열하고 조합해서 하나의 풍성하고 화려한 꽃다발을 완성시켰다.

브뢰헬의 끈기과 열정 덕분에 나의 겨울은 좀 더 화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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